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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잔/책

[책]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by 투명한잔 2021. 1. 15.

이 책은 내가 산건 아니었고, 짝꿍이가 읽고 싶어서 산 책이었다. 티비에서 서강준이 나오는 예고편을 본 적이 있다.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잔잔한 분위기인 것은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읽다 보니 어느새 스르르 빠져버린 책이었다.

 

주인공 해원은 서울에서 미술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일에 회의감을 느낀 해원은 이모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강원도 산꼴의 마을로 내려가 지내게 된다. 지독한 강원도의 겨울 한파 속에서 해원은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동네 작은 책방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은 그녀의 동창 은섭이 운영하는 독립출판물 책방이었고, 할 일이 없던 해원은 책방의 매니저로 일을 시작한다.

 

책에 나오는 굿나잇 책방은 강원도의 시리지만 따뜻한 풍경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책방에 드나드는 이웃들은 개성 넘치지만 정말 주위에 있는 정감 있는 사람들이었다. 춥지만 사람들의 온기가 가득한 그 작은 책방이 머릿속으로 그려졌고, 나도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 몰입이 잘 됐고, 로맨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해원과 은섭이 천천히 가까워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악역 없이 해원이 스스로 품고 있던 트라우마를 조금씩 딛고 일어나는 잔잔한 스토리도 좋았다.

 

나는 종종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잘 찾아보지 않지만 이 책은 드라마를 보기 전에 봐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내 머리속으로 혜원과 은섭의 연애를 그려가며 같이 강원도 마을에 지내 다가온 기분이 들었다. 강원도의 겨울을 겪어본 적은 없지만 지금 읽기에 딱 좋은 소설 같다.

 

🔖책갈피

더 이상 농담으로 말할 수 없다는 건 심각하다는 뜻이다. 눈동자 뒤에 그녀가 살기 시작했다. 눈을 감아도 소용이 없다, 계속 보이니까. 사라지지 않는 잔상의 괴로움.

 

안돼 오버는 내 동력이다. 하루라도 오버하지 않으면 이 인생을 밀고 나가지를 못해. 네가 나에 대해 뭘 알겠니.

 

영양제나 비타민은 가사노동과 같단다. 머지어도 티 안나고, 안 먹으면 티가 나지.

 

한때는 살아가는 일이 자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여긴 적이 있었다. 평화롭게 안착할 세상의 어느 한 지점. 내가 단추라면 딸깍하고 끼워질 제자리를 찾고 싶었다. 내가 존재해도 괜찮은,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방해받지 않는, 어쩌면 거부당하지 않을 곳.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어디든 내가 머무는 곳이 내 자리 라는 것.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면 스스로가 하나의 공간과 위치가 된다는 것. 내가 존재하는 곳이 바로 제자리라고 여기게 되었다. 가끔은, 그 마음이 흔들리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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