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잔]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

코로나로 있던 약속도 다 취소되고 있는 요즘

집에서 영화보기 좋은 날이다.

 

요즘에는 넷플릭스에서 짧고 가벼운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는데

 

너무 킬링타임용이기도 하고

시리즈가 길면 너무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보고 나서 남는 게 없어서

시즌이 끝나면 허무한 느낌도 강했고

 

오랜만에 왓챠에 접속해서

보고 싶어요 영화 리스트들을 살펴보는데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영화가 보고 싶었고

요리 관련 영화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하여 보게 된 영화는

엘리제궁의 요리사

 

2012년에 개봉한 프랑스 영화이다.

 

 

엘리제궁의 요리사는

프랑스 엘리제궁의 대통령 전속 요리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1988-1900년에 최초의 대통령 전속

여자 셰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엘리제궁은 우리나라의 청와대/ 미국의 백악관과 같이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해 있는 궁전이다.

 

주인공 라보리는 프랑스에서 송로버섯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대통령 전속 요리사가 된다.

 

처음에 자신이 누구를 위해서 요리하는지도 모르고

엘리제궁에 도착한 라보리 마담

 

유명한 레스토랑을 가진 것도,

요리사로 유명세를 떨치지도 않은 그녀를

엘리제궁의 남자 요리사들은 무시하는데

 

화려하고 기교 넘치는 음식들 사이에서

답답함을 느낀 대통령에게

라보리는 프랑스 전통의 홈쿠킹 요리를

선보이며 대통령을 만족시킨다

 

그녀의 음식에서 대통령은 우리가 느끼는

엄마, 할머니의 집밥에 대한 따뜻함을 느낀 걸까?

 

영화에 나오는 프랑스 홈쿠킹 요리의 메뉴들은

내가 생각하는 집밥의 느낌은 아니었다

사극에 나오는 임금님 수라상 정도의 느낌?

 

하지만 정말 화려한 플레이팅이나 장식을 없애고

음식 본연의 맛을 추구하고 먹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은 우리의 집밥과 닮아 있는 것 같다.

 

대통령과 요리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던 라보리에게도

힘든 시간이 찾아오고

 

그때 그녀를 찾아온 대통령의 말이 

인상 깊었다.

 

"사람 때문에 힘들죠?

나도 그래요

 

역경.

개인적으로 역경이

나를 계속 살아가게 해 줘요.

 

인생의 묘미이죠."

 

늘 역경이랄까 뭔가 커다란 벽을 만나면

그 앞에서 주저 않거나 

돌아서버렸던 나인데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게 만든다는

대통령의 말이 아이러니하게

와 닿았다.

 

늘 안정된 상태를 추구하지만,

역경이나 벽이 없다면 분명

변화도 없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역경을 인생의 묘미라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올까?

 

여하튼 라보리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일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길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엘리제궁을 떠나게 되는데

 

엘리제궁을 떠나는 라보리의 편지에서

 

"몽테스키외가 말했죠

'지나친 다이어트로 유지된 

건강은 병이나 다름없다'

 

예절에 어긋날지 모르지만, 사랑합니다.

깊은 경의를 표하며.."

 

요즘에 다이어트를 한다고

밥이나 국 반찬을 멀리하고

샐러드 계란 닭가슴살 요거트를 먹다가

폭식하고 다시 다이어트식을 하는

내 일상이 스치면서

 

그녀의 말에 정신이 번뜩 들더라

적당히 먹고 싶은 것도 먹으면서

유지해야 지속할 수 있는 것인데

 

그리고 엘리제궁에서 요리사로서

그녀가 요리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멋지고

부러웠다.

 

기존의 요리사들을 텃세에도

기죽지 않고 그녀가 하고자 하는 요리를

했으며, 항상 더 나은 요리를 찾아

부단히 움직이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사랑과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그녀의 태도가 너무 멋있었다.

 

대통령 직속 요리사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내려놓고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길로 나아가는 모습도 닮고 싶었다.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는

늘 불평이 가득한 것 같아서,

늘 주워진 상황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하고

마지막에 내일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태도는 갖추지 못했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

 

엘리제궁의 요리사는 프랑스 홈쿠킹 요리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사실 그 부분이 크게 와 닿지는 

않았고,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라보리 그녀가 요리를 대하는 태도와 열정을

볼 수 있는 영화였던 것 같다

 

잔 별점 ★★★